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현대 의학의 가장 큰 문제는 ‘듣기’ 환자 말 잘 듣고 해석 잘 하려면 문학으로 ‘이야기 읽기’ 훈련해야 존 콜리어의 작품 ‘사형 선고’(1908). 의사에게 시한부 선고를 들은 환자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나,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 서사의학은 이 간극을 해석의 능력으로 건너가려 한다. 웰컴 컬렉션 제공 광고 김준혁의 미래 의료인을 위한 책장 광고 현대 의학의 눈부신 과학적, 기술적 발전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물론, 현대 의학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 치료법을 찾지 못한 병도 있고, 치료할 수는 있지만 여러 한계를 노출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이전에 손쓸 수 없던 수많은 병을 낫게 하고, 죽음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상태에서도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 오늘의 의학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현대 의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듣기’인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의료진이 환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라는 거지요. 여기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건 환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일 겁니다.광고광고 흔한 진료 장면 하나. 배가 아픈 환자가 병원을 찾습니다. 환자는 자신이 어떻게 통증을 경험하게 되었고 병원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려 합니다. 의사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몇가지를 묻고는 “예, 사진 찍고 볼게요”라고 말할 뿐입니다. 간호사나 방사선사는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는 데 집중합니다. 환자는 정작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긴 것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화를 냅니다. 한편으론 이 장면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어요. 의료진이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그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중요한 정보는 사진을 비롯한 검사 결과에서, 아니면 의료진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에서 나오지 환자의 이야기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의료진은 배워 왔고, 실제 임상에서도 계속 그런 경험을 반복하거든요. 반면, 환자에겐 자신이 아프게 된 경위와 맥락이 중요하지요. 그걸 알려야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 광경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으면 약간 희비극을 보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해결을 요구하는 사태이기도 합니다. 그저 오해라고 놓아두기엔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환자의 이야기에는 증상을 넘어, 환자의 상황 이해, 염려와 공포, 기대, 부담, 이전의 경험이 같이 담겨 있어요. 생각보다 이런 이야기는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무가치하지 않음에도, 오랫동안 해부학과 생리학에, 이제 분자와 세포에만 귀 기울이는 현대 의료는 환자의 이야기를 불완전하거나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합니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환자 이야기가 무조건 진료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환자 이야기라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투병기, 즉 어떤 환자가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고, 병원 및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병을 이겨낸 이야기는 때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감동을 줍니다. 하지만 사실 의학의 입장에선 굳이 새롭진 않습니다. 투병기는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 검사나 질문이나 면담으로 다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을 담고 있지요.광고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l 리타 샤론 외 7명 지음, 김준혁 옮김, 동아시아(2021) 사실 “환자 이야기가 중요해”라고 말하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환자 이야기가 중요해지려면,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현대 의학이 환자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정돈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질환의 거대한 풍랑 앞에서 어디로 갈지 모르고 표류하는 환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내놓습니다. 따라서 의료진 입장에선 여기에 시간을 들이느니, 분명한 영상과 화학 검사 결과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해요. 그렇다고 환자에게 “잘 정리해서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그건 아마, 다 나은 다음에나 가능할 테니까요.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으로 다음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겁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두서없는 말을 “잘 듣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말이죠. 이런 능력은 환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이득이 되지요. 의료진은 이전에 접근하지 못했던 지식에 다가갈 좋은 통로를 확보합니다. 환자는 거대한 태풍 앞, 함께 비바람을 견디어 줄 사람이자 의지할 사람으로 의료진을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의료진이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겠네요. 이야기 해석이라,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많은 분이 “어, 그러면 환자 이야기를 의과대학, 간호대학 학생들에게 읽히면 되겠네?”라고 생각하셔요. 안타깝게도 틀렸습니다. 환자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아요. 아니, 애초에 이야기를 그냥 읽어보는 것 자체가 해석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해석을 위해선, 제대로 된 훈련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우리의 대상이 이야기인 만큼, 필요한 것은 이야기 읽기를 위한 훈련입니다. 이 훈련을 오랫동안 정석으로 해온 분야는 알고 계신 것처럼 문학입니다. “의료인에게 문학 훈련을 시키면 환자들의 이야기를 더 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이것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유익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분야가 서사의학입니다. 이 분야를 개척한 컬럼비아대학교 내과 의사이자 문학자인 리타 샤론과 그가 이끄는 팀이 함께 서사의학을 가르치고 훈련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모은 책이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이고요. 김준혁 연세대 교수·의료윤리학자
좋은 의료인은 왜 문학을 읽는가 [.txt]
현대 의학의 가장 큰 문제는 ‘듣기’ 환자 말 잘 듣고 해석 잘 하려면 문학으로 ‘이야기 읽기’ 훈련해야 김준혁의 미래 의료인을 위한 책장 현대 의학의 눈부신 과학적, 기술적 발전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물론, 현대 의학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