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20일 남중국해 세컨드토머스숄(런아이자오·아융인 암초)에서 중국 해경과 필리핀 해군 병사들이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광고미국-이란 전쟁은 이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격렬한 공방전으로 변했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막지 못하면 전세계 주요 해상 통상로를 통제해온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축이 더욱 급격하게 흔들릴 판이다.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장악을 쉽게 저지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 격랑이 일고 있다.남중국해 남쪽의 세컨드토머스숄(런아이자오·아융인 암초)과 북쪽 스카버러숄(황옌다오·바조 데 마신록) 해역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충돌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세컨드토머스숄에서 중국 해경이 모터보트를 타고 필리핀 해군 군함에 접근해 나무 곤봉 등으로 필리핀 병사들의 머리를 가격했다고 필리핀이 항의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자국 해경이 정례 순찰을 하던 중 필리핀 쪽이 먼저 위험하게 접근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회담하면서 “필리핀 군경 일부가 역외 세력의 의도를 실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역외 세력이란 미국을 의미한다.광고대만해협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중국군과 해경 등이 대만 주변, 특히 대만 동쪽 해역에서 순찰과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28일 일본과 필리핀이 정상회담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획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자, 중국은 “양국이 대만 동부 해역에서 경계를 획정하려는 것은 중국의 해양 권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해경선, 해양순찰선과 과학연구선, 해양조사선 등의 활동이 6월부터 급격하게 늘었다. 7월 초 중국 해경은 대만 동부 해역을 순찰하면서 선박 수백척을 대상으로 출발항과 목적항을 보고하도록 요구했으며, 때로는 화물 정보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대만 언론들은 보도했다. 대만 동부 해역은 유사시 대만이 미국 등 외부 지원을 확보하는 중요한 통로다. 대만은 중국이 대만 동부 해역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유사시 해상 격리나 봉쇄로 대만으로 향하는 보급로를 끊는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우려한다.남중국해와 대만해협 상황은 오랫동안 위태로웠지만 미-중 경쟁과 호르무즈해협 위기와 맞물리며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로 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모두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을 하나로 연결해 대립의 최전선으로 만들고 있다.광고광고이숙연 국방대 교수는 논문 ‘통합 전구로서의 남중국해와 대만해협’(21세기정치학회보 2025년 6월)에서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대만해협-바시해협을 연결된 ‘통합 전구’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구는 전쟁 때 하나의 작전이 실행되는 지역을 뜻하는 군사 용어다. “중국은 남중국해 장악을 통해 대만 통일을 위한 군사적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미국은 이를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와 패권 도전의 신호로 해석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의 남중국해 통제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영유권과 자원 확보를 주장하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는 대만 통일 전략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고 짚는다. 남중국해로 미군이 접근하거나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핵심 통로는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해협이다. 최근 중국과 필리핀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스카버러숄은 바로 이 바시해협에 인접한 요충지다. 세계 무역의 약 40%, 석유·가스 운송의 60%가 이 지역을 통과한다. 중국이 스카버러숄을 군사기지화한다면 220㎞ 거리의 루손섬 등 필리핀 북부에 있는 미군기지들에 큰 부담이 된다. 중국이 남중국해 북쪽의 스카버러숄과 남쪽의 세컨드토머스숄 두 지역을 모두 통제하게 된다면, 대만 유사시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력을 투사하는 것을 방해하고 대만 남부 해역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며, 필리핀에 배치된 미군 자산을 위협할 수 있다.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주요 분쟁 지역과 해협들, 미군기지와 중국이 군사기지화한 인공섬들. 출처: 이숙연 국방대 교수 논문 ‘통합 전구로서의 남중국해와 대만해협’(21세기정치학회보 2025년 6월)이 논문에 따르면, 힘의 공백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이 남중국해 남쪽을 향해 계속 세력을 확장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50년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프랑스가 철수하자 중국은 1960년대에 파라셀제도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후 1973년 남베트남에서 미국이 철수하자 중국은 1974년 파라셀제도 전체를 점령했다. 1975년 남베트남이 패망하고 1980년대 중반 베트남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감소하자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로 진출했다. 1992년 미군이 필리핀에서 철수하자 중국은 1995년 미스치프를 점령하고 2000년대부터 남중국해 남부까지 행동반경을 넓혀갔으며 2012년에는 스카버러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에는 남중국해 내에서 대규모 간척과 군사화 작업을 본격화해 현재까지 최소 7곳을 군사기지로 건설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남해 9단선'을 긋고 남중국해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다. 필리핀은 이에 반발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했고 2016년 7월에는 중국의 9단선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중동의 수렁에 점점 깊이 빠져드는 상황은 남중국해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의 공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광고중국은 특히 일본과 필리핀이 손잡고 대중국 견제 공동 전선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한 것이 도화선이 돼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28일 다카이치 총리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군사정보 공유와 무기 수출, 해양 안보 협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이는 일본의 ‘하나의 전구’ 구상을 현실화하려는 중요한 움직임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4월 나카타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일본은 ‘하나의 전구’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필리핀, 한국 등을 하나의 전구로 파악해 연대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반도부터 대만해협,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터’로 보고, 모두 힘을 합쳐 중국에 맞서자는 주장이다. 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맺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도 미룰 수 있다고 시사하는 등 중국과 타협할 뜻을 보이자, 불안해진 일본은 필리핀, 인도 등과 손잡고 중국 견제망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 중국은 이를 “신형 군국주의”로 비난하며,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에서 공세적 대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이것은 중국의 대만 통일 시도가 더 빨라진다는 뜻일까. 현재 중국의 대만 전략은 무력 통일 카드를 버리지는 않지만 우선은 대만을 압박하고 국민당을 통한 통일전선 전술을 통해 대만 스스로의 굴복을 유도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해상 봉쇄나 해경을 동원한 격리로 대만의 숨통을 조일 ‘플랜비(B)’도 함께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최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군사적 활동이 확대되고 있는 데 대해 장영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대만연구센터장은 “중국 공산당의 대만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본다. 장 센터장은 “중국군의 최근 움직임은 대만 통일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호르무즈해협 사태로 미국의 해상 패권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 차원에서 군사적 활동 영역을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미국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여 있고 ‘두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을 주시하면서, 거시적인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서태평양 주도권을 확대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일본이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을 하나의 전구(원시어터) 개념으로 통합했고, 중국도 이에 대항해 3개 바다 모두에서 군사 행동을 강화하는 안보 딜레마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도 우려했다.광고불신과 긴장이 높아지면서 오판이나 충돌 가능성도 위험스럽게 고조된다. 중국 전문가이자 외교정책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회장을 맡고 있는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2028년이 대만해협과 관련해 가장 위험한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드 전 총리는 지난 13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에즈라 클라인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시진핑이 2028년에 오판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걱정한다”고 말했다. 2027년 말 시진핑 주석은 4연임을 확정하고 1인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2028년 1월에는 대만 총통 선거가 있는데 중국이 ‘분리주의자’로 비난하는 민진당 정권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또한 그해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다가온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미군의 주요 무기 재고가 부족해진 후유증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러드 전 총리는 “이란(전쟁)의 결과로 미국의 무기와 탄약 비축량, 군사적 역량이 손상됐다는 질문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이 미국의 의지에 대해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영역에 있다”고 경고했다.호르무즈해협이 보여주는 것은 앞으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 주요 해상 교통로를 따라 분쟁과 충돌이 계속 벌어질 위험이 커진 현실이다. 모두 한국에도 무역과 에너지의 생명선들이다. 아시아의 미래 질서도 이 해협들의 통제권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박민희 |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공부했다. 2007~2008년 중국 인민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한 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다. 통일외교팀장,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세계와 외교에 대해 취재하고 쓰고 있다. ‘중국 딜레마’ ‘중국을 인터뷰하다’(공저)를 썼고, ‘보이지 않는 중국’ ‘롱게임’ 등의 책을 번역했다. minggu@hani.co.kr
호르무즈 격랑에 요동치는 남중국해·대만해협
미국-이란 전쟁은 이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격렬한 공방전으로 변했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막지 못하면 전세계 주요 해상 통상로를 통제해온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축이 더욱 급격하게 흔들릴 판이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장악을 쉽게 저지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