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025년 10월27일 야프 판 즈베던(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기에 앞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향 광고관현악단(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지휘대에 선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어 올리는 순간 시작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관객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준비 단계가 있다. 지휘자가 입장하기 전, 단원들이 기묘한 불협화음을 내며 음을 맞추기 전에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자리에 하나씩 악보를 놓아두는 일이 그것이다. 웬만한 음악 애호가들에게조차 생소한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가 ‘악보위원’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악보위원으로 20년 남짓 일하고 있는 김보람이 쓴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말하자면 전지적 악보위원 시점으로 본 관현악단 이야기다. 관현악단은 대체로 음악감독 역할을 겸하는 상임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중심이 되고 이들을 지원하는 관리직들이 추가되어 이루어진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물론 관리직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악단에 기여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잘 몰랐던 악보위원이 하는 일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울시향은 한해에 약 130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하고 매주 새로운 곡을 준비한다. 그런데 익히 알려진 곡이라도 연주 때마다 악보를 새롭게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저작권이 살아 있는 작곡가의 작품은 물론, 저작권이 소멸된 곡이라 해도 최신 연구 결과가 반영된 악보에는 출판사의 2차 저작권이 발생한다. 같은 곡이라도 서로 다른 여러 악보가 존재하고 지휘자들마다 선호하는 버전의 악보가 따로 있어서 악보위원은 지휘자가 바라는 악보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출판사들은 악보를 판매하지 않고 ‘대여’하는 방식을 통해 저작권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렇게 돈을 내고 빌린 악보는 공연 뒤 2주 안에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디지털 파일로 악보를 받았더라도 공연이 끝난 뒤에는 규정에 따라 즉시 파기해야 한다. 지휘자가 보는 총보만이 아니라 악기별 연주자들이 보는 파트보까지 합하면 한 공연에 필요한 악보 폴더는 약 60~70권에 이른다. 악보위원의 일이 이렇듯 복잡하고 긴요하기 때문에 지은이는 자부심 섞어 이렇게 쓴다.광고 “악보위원의 일은 무대 위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악보위원의 손을 거치지 않은 오케스트라 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이 한갓 ‘자뻑’이 아닌 게,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재임한 정명훈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악보위원의 능력만큼 완성된다.”광고광고서울시향의 검정색 폴더를 열먼 그날 연주할 프로그램 악보가 순서대로 담겨 있다. 김보람 제공 전 세계 관현악단과 오페라단, 발레단의 악보위원들은 ‘국제악보전문가협회’(MOLA, Major Orchestra Librarians’ Association)에 소속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이 단체에서 정의한 악보위원의 업무는 기획 및 조사 - 악보 확보 - 검수, 편집 및 교정 - 제작 및 배포 - 현장 지원 - 반납 및 아카이빙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앞서 악보위원이 하는 일이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보면대에 악보를 놓아두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일은 어쩌면 악보위원의 업무 가운데 가장 단순하고 수월한 축에 속할 것이다.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마다 억양과 호흡이 다른 만큼 현악기의 보 사인(bow sign, 활을 내려긋는지 올려 긋는지의 표시) 등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악보위원은 이렇게 지휘자가 선호하는 보 사인을 통일해 연주자들이 혼란 없이 연습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그 밖에도 지휘자의 크고 작은 지시 사항을 파트보에 정확하게 반영한다. 이렇게 정리된 악보를 연주자들이 보기 편하고 페이지 넘김이 자연스럽도록 편집하는 것 역시 악보위원의 일이다. 리허설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지휘자의 요청이 있으면 악보를 수정하거나 재배포하기도 한다. 심지어 현대음악의 초연인 경우에는 악보위원이 “편곡자나 제작자 시각으로 현장에서 직접 음표를 수정하거나 새로 편집하기도 한다.”광고서울시향의 예능 유튜브 ‘오늘도 시향 출근’에서 악보위원 김보람(오른쪽)이 일일 사원 체험 중인 방송인 정혁에게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향 유튜브 갈무리 하는 일의 특성상 “악보위원은 뭔가 잘못되었을 때만 존재를 드러낸다”는 속설이 있다. “완벽하게 일할수록 내 존재가 사라지는 아이러니”란 그 말을 악보위원 시점에서 다시 쓴 표현이겠다. 그 자신 대학에서 트롬본을 전공하고 관현악단 연주자 생활을 거친 지은이가 “조용히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자부심”을 말할 때, 거기서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장인의 여유와 철학이 짚인다. 책에는 악보 출판의 역사와 곡 해석을 둘러싼 일화들과 함께 진은숙이 2006년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로 위촉되어 10년 남짓 진행한 현대음악 전문 공연 ‘아르스 노바’ 시리즈, 서울시향의 2025년 10월 뉴욕 카네기홀 공연, SM(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케이팝을 관현악단 버전으로 편곡·녹음한 작업, 김선욱·손열음·조성진 같은 한국 연주자들과 서울시향의 협업 등 현장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생생함을 더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l 김보람 지음, 사농공상, 2만2000원 광고2025년 10월27일 야프 판 즈베던(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기에 앞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향
악보 빌려 편집·교정·배포·반납 오케스트라의 보이지 않는 손 [.txt]
관현악단(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지휘대에 선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어 올리는 순간 시작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관객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준비 단계가 있다. 지휘자가 입장하기 전, 단원들이 기묘한 불협화음을 내며 음을 맞추기 전에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자리에 하나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