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범죄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손팻말로 얼굴을 가린 이들이 피해자들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광고오래전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케이지센터’라는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케이지(CASIE)는 아동학대에 대한 지원·수사·교육(Child Abuse Service Investigation & Education)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성폭력·학대를 비롯한 범죄의 피해자이거나 증인인 어린이·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인데, 특이한 것은 이 센터 건물 안에 검사와 경찰 수사관이 입주해 있다는 점이었다. 신고·발견된 피해 어린이는 마치 놀이방처럼 꾸며진 이곳에서 ‘조사’를 받는다. 특별히 훈련된 전문가가 혼자서 어린이를 대면해 질문을 한다. 어린이가 볼 수 없는 또다른 방에서 검사, 경찰 수사관, 심리분석가, 사회복지사 등이 실시간으로 이 장면을 지켜본다. 더 필요한 질문이 있으면 무선 수신기로 조사 담당자에게 전달한다.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피해 어린이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진술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을 여러차례, 여러명을 상대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사건 초기부터 수사·기소 기관과 아동보호 전문가가 협력함으로써 적시에 보호 조처를 하고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의 운영진에는 지역의 주민 대표, 의료인, 학자 등과 함께 검찰·경찰 책임자들이 당연직으로 결합해 있다. 미국에는 이 같은 어린이 피해자 전담조사기관이 수백곳에 설치돼 있다고 한다.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들으며 케이지센터의 기억이 떠올랐다. 성폭력,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가정폭력 등 사건에서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검찰의 보완수사가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는 의문이 든다.광고보완수사를 통한 접근법은 경찰과 검찰 중 어느 쪽이 더 약자 보호에 충실하냐는 선택의 문제로 치환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답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근본적 해법과도 거리가 멀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시민감시단이 2004년부터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피해자 인권 존중에 기여한 경찰·검찰·재판부를 ‘여성 인권 존중 디딤돌’로, 반대로 피해자 권리 보장에 소홀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한 이들을 ‘걸림돌’로 해마다 선정해왔다. 2023년까지의 명단을 보면, 디딤돌로 선정된 사례 중 검찰이 25건, 경찰이 46건이었다. 걸림돌로 선정된 사례는 경찰이 11건, 검찰이 30건이다. 우열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검찰이 더 믿을 만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경찰 단계에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수사든 보완수사요구든 검찰의 사후 견제로 걸러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검찰 단계에서 틀어지면 더 이상 견제 장치도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광고광고설령 보완수사를 통해 바람직한 결과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최선은 아니다. 피해자는 1차 수사와 2차 수사라는 중복된 절차를 통해 고통의 시간이 연장된다.근본적 해법은 어느 쪽에 더 신뢰를 줄 것인지가 아니라, 두 기관 모두를 각성시키는 것이다.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인권친화적이고 신속한 사건 처리를 하도록 법과 규정을 만들고 인사·교육 등의 제도를 개선해가야 한다. 또 피해자와 지원기관, 민간 전문가 등이 형사절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광고여기에서 핵심이 사건 초기부터 검사와 수사기관이 협력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기소권자이자 영장 청구권자인 검사 그리고 수사권을 가진 경찰 수사관, 여기에 더해 민간 전문가까지 결합해 긴밀한 소통과 상호 견제 속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면, 어느 한 기관이 사건을 왜곡하거나 피해자 권리를 무시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리는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일반 사건도 다르지 않다. 살인 등 중대 사건의 경우 초기부터 검사와 수사기관이 적극 협력 수사를 벌인다면 신속하고 철저한 정의 실현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수사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장윤기 사건’과 같은 극악한 축소·왜곡 수사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협력 수사 모델은 수사-기소가 분리된 나라들에서 제도와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논쟁을 통해 그동안 놓쳐왔던 형사사법체계의 미비점들이 뒤늦게나마 공론장에 오른 것은 소중한 기회다. 특히 형사사법절차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취급받아온 피해자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제도 개혁이 이참에 본격화하기를 기대한다.대기자 piao@hani.co.kr
사회적 약자 사건, ‘보완’보다 ‘협력’ 수사를 [박용현 칼럼]
오래전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케이지센터’라는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케이지(CASIE)는 아동학대에 대한 지원·수사·교육(Child Abuse Service Investigation & Education)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성폭력·학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