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의 ‘더 힐’. 이완 기자 wani@hani.co.kr 광고 돌풍을 일으킨 알렉산드라 이알라(필리핀)와 세계랭킹 17위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의 격돌을 한 시간 앞두고 내 손엔 8329번이 적힌 대기표가 주어졌다. 시간은 낮 12시, 기온은 이미 30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유럽을 덮친 열돔이 지난 한 주 잠시 영국을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있었다. 기나긴 줄 앞에서 기다릴 것이냐 돌아갈 것이냐. 고민하던 찰나,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26 윔블던 테니스 대회. 아름다운 잔디 코트에 들어서기 위해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만큼 이 경기를 보기 위해선 관중 역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1877년 첫 경기를 시작한 윔블던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달리 ‘더 큐(The Queue: 줄서기)'라는 독특한 티켓 구매 방법이 있다. 바로 현장 줄서기. 주요 경기가 열리는 센터 코트와 1번 코트, 2번 코트의 입장표를 각각 500장씩 매일 현장 판매한다. 그리고 1500명 순번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에게는 3번 코트부터 18번 코트까지 볼 수 있는 ‘그라운드 입장표’를 판매한다. 이 표를 얻기 위해 전날 낮부터 윔블던 공원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고, 새벽부터 관중들이 몰려들어 줄을 선다. 광고윔블던 현장 티켓을 구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사람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윔블던 ‘더 큐’를 서서 받은 8330번 표. 이완 기자 wani@hani.co.kr 8329번을 받은 이날은 운 좋은 날이었다. 6일 새벽 잉글랜드 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16강 경기에서 멕시코를 격전 끝에 꺾은 터라 새벽잠을 못 잔 이들이 줄서기를 포기했는지, 이전 주보다 급격히 더워진 날씨에 야외 경기를 직접 보러 오기를 포기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른 이들의 경험담보다 더 빠른 순번의 대기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줄이 움직이자 빨려 들어가듯 3㎞의 여정에 들어갔고, 마치 기나긴 듀스를 계속 반복할수록 '게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줄에서 나갈 수 없었다.광고광고 그리고 지난 4일 이알라가 전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이기는 데 필요했던 2시간만큼 기다린 뒤에야 드디어 올잉글랜드클럽에 입장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센터 코트 앞엔 손으로 써서 붙이는 ‘경기표(Order of Play)'가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 있고, 대회 색을 상징하는 보라색 꽃들이 장식돼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대회 명물 음식인 2.49파운드짜리 딸기크림을 파는 매장 앞에도, 기념품 가게 앞에도 ‘키오스크' 따위 없이 줄은 기다랗게 늘어져 있었다. 아날로그 방식의 윔블던 전광판. 이완 기자 wani@hani.co.kr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대회의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모든 줄을 지나친 뒤 ‘더 힐'로 향했다. 더 힐은 1번 코트 밖에 있는 언덕으로 그라운드 입장객은 이곳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센터 코트 등에서 열리는 주요 경기를 볼 수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온 터라 이알라와 파올리니는 벌써 2세트 경기를 하고 있었다. 떠오르는 스타답게 이알라가 점수를 딸 때마다 따가운 뙤약볕 아래에서도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 곳 외에도 야외 코트를 찾으면 박진감 넘치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함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눈앞에서 펼쳐진다.광고 온라인으로 매점매석하는 매크로와 새치기가 없는 줄서기. 몇 시간 기다림을 감내할 수 있다면 윔블던 ‘더 큐’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것이었다. 윔블던 경기 모습. 이완 기자 wani@hani.co.kr 다만 언뜻 공정해 보이는 이 줄서기가 감추고 있는 것 하나를 짚고 넘어간다면 대회 명물인 ‘크림딸기’ 맛이 쌉쌀해진다. 센터 코트의 좌석 수는 약 1만5000석. 이 가운데 500장, 단 3%만 줄서기에 배정된다. 2520석은 막대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채권형(Debentures) 티켓이다. 센터 코트 내 관람하기 좋은 좌석이 배정되는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는 가격이 11만6000파운드(2억3700만원)다. 이 티켓을 가지면 주차와 전용 라운지 등의 혜택을 받을 뿐만 아니라 보통 엄격히 금지되는 개인 간 티켓 재판매도 가능하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티켓 두 장이 58만6000파운드(11억9700만원)에 재판매되었다고 전했다. 또 코트엔 왕족 등이 앉을 수 있는 로얄박스석도 따로 있다. 이를 제외한 좌석 대부분은 추첨 좌석이다. 전년도에 미리 신청을 받아 추첨하는데, 무작위로 배정받은 경기표를 살지 말지만 결정할 수 있다. 밤을 새우며 치열한 경쟁을 뚫거나, 신분과 자본의 힘으로 자리를 차지하거나, 아니면 요행을 바라야 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복사판인 셈이다. 이날 이알라는 베테랑 파올리니에게 두번째 세트를 잡아내며 분전했지만 세트 스코어 1-2로 경기를 내줬다. 밤새 줄을 서서 입장한 관중과 ‘VIP' 티켓을 목에 걸고 본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로 23.77m, 세로 10.97m의 테니스 코트 내 대결은 기울어지지 않은 채 진행됐다. 런던/이완 기자 wani@hani.co.k
줄서기만 두 시간, 올잉글랜드클럽에 흐르는 자본주의 [윔블던 관전기]
돌풍을 일으킨 알렉산드라 이알라(필리핀)와 세계랭킹 17위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의 격돌을 한 시간 앞두고 내 손엔 8329번이 적힌 대기표가 주어졌다. 시간은 낮 12시, 기온은 이미 30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유럽을 덮친 열돔이 지난 한 주 잠시 영국을 빠져나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