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4월30일 전국이주인권노동단체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인천 서구의 한 업체에서 폭행을 당한 라키불 이슬람. 이승욱 기자광고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라키불 이슬람은 지난달 한 행정사와 비자 변환과 직장 소개 계약을 했다. 첫 직장인 인천의 한 업체에서 총괄관리자한테 폭행당한 뒤로 직장을 옮기는 김에 무기한 연장이 가능한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를 받기 위해서였다. 행정사에게 주기로 한 300만원은 면접 때 50만원, 실제 채용됐을 때 150만원, 비자 발급 때 100만원을 주는 구조였다. 이슬람은 꽤 많은 돈이지만 비자 변환만 가능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후 행정사는 한 업체를 소개했고, 이슬람은 200만원을 줬다.지난해 E-7-4 비자를 받으려고 다른 행정사와 250만원짜리 계약을 한 이주노동자 까우살도 마찬가지 경우다. 까우살은 “E-7-4 비자를 받으면 가족을 데려올 자격이 생긴다. 큰돈을 들여서라도 비자 변환을 하고 싶었다”며 “선금 150만원을 줬다”고 했다.이주노동자들이 체류 연장을 위해 E-7-4를 받으려는 과정에서 전에는 내지 않은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2일 이주노조와 행정사 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E-9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다른 비자로 변환할 때 직업 소개부터 비자 변환 행정 절차까지 일종의 턴키 계약을 맺는다. E-9 비자를 받으려고 취업하는 직장은 대부분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센터를 통해 연결된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스스로 직장을 구해야 해 직장 소개와 비자 업무를 한번에 행정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법무부는 행정사에게 직업 소개가 가능한 면허를 발급해주기도 한다.광고그런데 일반적인 직업 소개 수수료를 크게 웃도는 비용이 발생한다. 노동부 고시는 직업 소개만 할 경우 구직자는 3개월 이상 고용에 대해서는 3개월 임금의 1% 이하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3개월간 700만원을 벌었다면 소개 수수료로 7만원 이하를 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비자 변환도 대행한다는 명목으로 연봉의 10% 수준까지 액수가 치솟는다. 현장에서는 300만원이 통상적이라고 한다.행정사 업계에서는 비자 업무가 품이 드니까 직업 소개 비용보다는 상당히 더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내 사정에 어두운 이주노동자와 행정사의 ‘정보 격차’, 비자 유효 기간에 쫓기는 처지가 비싼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희성 행정사는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턴키 계약이 빠르니 그렇게 계약하게 된다”며 “하지만 그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비자 변환을 위한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이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효기간이 4년10개월인 E-9 비자의 소지자는 기존 직장을 그만두면 3개월 안에 새 직장을 구해야 비자가 취소되지 않는다.광고광고게다가 소개받은 직장을 조기에 그만둬도 ‘턴키 계약’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까우살은 냉동 공간에서 일하는 게 맞지 않아 하루 만에 그만뒀고, 이슬람도 작업 환경 탓에 하루 만에 그만두고 고용센터를 통해 새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이슬람은 “결국 혼자서 일자리를 구했기 때문에 200만원 중 일부는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E-7-4 비자 발급 작업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이주노조 관계자는 “E-9 비자를 받을 때 고용센터를 통해 직장을 소개받는 것처럼 비자 변환 때도 직장을 정부에서 소개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희성 행정사는 “행정사들이 법적 틀 안에서 계약하는 것이지만,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것도 맞다”며 “고용센터에서 관련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