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짬] ‘우주 속의 우리’ 에세이 낸 이승헌 버지니아대 석좌교수이승헌 교수가 인터뷰에 앞서 지난 7년 수행한 요가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요가로 자연스럽게 간헌절 단식과 채식을 하게 되었다면서 요가는 기후 위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광고‘과학과 정치’. 이승헌(62)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석좌교수가 2012년부터 7년 동안 대학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연 강좌다. 고려대를 나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5년부터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로 지내다 2014년에 석좌교수 직함을 얻었다. 석좌교수는 연구 실적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교수가 뽑히는데, 일반 교수와 견줘 안식 학기 혜택이 두배 더 주어진단다.광고 연구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한 그가 ‘과학과 정치’ 강좌를 연 데는 2010년 3월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해 장병 46명이 산화한 이른바 ‘천안함 사건’이 자리한다. 사건 두달 뒤 민군합동조사단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발사로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그 뒤 조사 내용의 과학적 진실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이 교수도 당시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서재정 교수(현 듀크대 방문학자 및 메이지가쿠인대 연구원)와의 인연을 매개로 이 논전에 뛰어들었다. 광고광고 그는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의 양판석 박사와 함께 실험 등을 통해, 합조단이 어뢰 폭발의 핵심 증거로 제시한 선체와 어뢰의 알루미늄 물질이 폭발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제시하는 등 합조단 발표의 의문점을 파고들었다. 이런 과학적 진실 찾기는 ‘네이처’에도 소개되는 등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 과학계는 “입을 꾹 다물며” 방관했고 보수 언론은 심지어 그를 “종북과학자”로 불렀다. “천안함 사건 뒤 관심이 생겨 과학이 사회나 정치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살폈는데, 마침 대학 쪽에서 융합 세미나 신청을 받더군요. 나도 배우면서 가르치겠다는 마음으로 ‘과학과 정치’ 강좌를 열었죠.”광고 이 강좌 강의록은 개강 14년 만에 책이 되었다. 최근 에세이집 ‘우주 속의 우리’(창비)를 낸 이 교수를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우주 속의 우리’. 그는 책에서 근대 이후 과학이 세상에 끼친 빛과 어둠을 함께 다뤘다.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밝힌 16세기 폴란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대표적인 빛의 사례다. “코페르니쿠스에서 근대 과학과 근대가 시작됩니다. 그는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의 선두였죠. 그로부터 인간은 신으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했고 과학도 중세 때처럼 신이 아니라 자연 자체로 자연 현상을 설명하게 됩니다.” 나치 정권의 유대인 말살 정책과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한 생체실험에 동조한 의학 기술자들과, 2차 대전 중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 등은 어둠에 속한다.광고 ‘당신의 인간성을 기억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잊어도 좋다’. 그가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란다. “미국이 일본에 핵무기를 투하한 뒤 맨해튼 프로젝트 참여 과학자들이 핵무기 사용이 정의로운 일인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 정점에 있던 ‘러셀(영국 철학자)·아인슈타인 선언’(1955)에 나오는 말입니다.”이승헌 버지니아대 석좌교수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왜 ‘인간성’일까? “역사를 보면 과학이 앞선 국가나 사회가 그렇지 못한 국가나 사회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데 과학을 활용했어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처음 만들고 불과 1년 뒤 이탈리아 공군은 비행기에 기관총을 탑재해 아프리카 식민지 독립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을 공격했어요.” 그는 “과학·기술은 지구상에 내재한 어떤 가능성을 인간의 지능으로 구현하는 것인데 그게 모든 사람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늘 자기가 속한 사회나 국가에만 폐쇄적으로 쓰이며 다른 집단을 억압하는 데 참담함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보편적 윤리와 만나야 진정한 진보”라고도 했다. “역사를 보면 과학의 비윤리적 사례들이 너무 많아요. 지금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에이아이를 활용한 드론 등 첨단 기술이 전쟁 무기가 되었잖아요.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로봇이 전쟁터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아요. 로봇이 쿵푸 시범까지 하는 세상이잖아요. 총만 들려주면 전쟁 로봇이죠.” 16년 전 천안함 사건 정부 발표 때 의문점에 실험 등 통해 반론 펼쳐 2012년에 과학과 정치 관계 살피는 학부생 대상 강좌 만들어 7년 강의 “과학이 모든 사람 위해 쓰이지 않고 다른 집단 억압하는 도구로 쓰여 참담 ‘터미네이터’ 전쟁로봇까지 등장 임박 과학, 보편적 윤리 만나야 진보”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이 나온 지 71년이다. 과학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과학기술 발전으로 그 위험성은 더 커졌어요. 하지만 사회가 민주화되고 인터넷 등장으로 열린 사회가 된 점은 긍정적입니다. 지난달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이스라엘군에 인공지능 기술을 지원한다는 이유 등으로 구글 최고경영자 연설 때 많은 학생이 퇴장했고 미국 에이아이 기업 앤트로픽도 전쟁 수행에 참여하라는 미 정부 요청을 거부했잖아요. 그런 모습은 희망적이지 않을까요.” 그는 천안함 사건 때 한국물리학회와 같은 공인된 과학단체가 왜 진실규명에 나서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2010년 창비에서 낸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에서 “과학이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정치 세력에 주눅 들거나 침묵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고도 했다. 당시 침묵한 한국 과학계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최근 보니 천안함 사건 때 정부 발표에 실험 등을 통해 반론을 제기한 거의 유일한 국내 과학자(국립경국대 지질학과 정기영 교수)가 2017년에 정부 과학기술진흥 포상을 받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정권은 유한하고 과학적인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공교롭게도 천안함 사건 이후 2년 동안 미국 정부 연구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서재정 교수는 한국 정부 펀드로 유지되던 존스홉킨스대 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일본 대학으로 옮겨야 했다. 천안함 사건이 과학자 이승헌에게 끼친 영향이 뭐냐고 하자 그는 “공부나 인간관계에서 물리학 바깥 세상으로 영역이 확장된 것”이라고 했다. “사실 그 전에는 물리학 외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천안함으로 인생 2막이 열렸죠. 그 뒤로 태양 에너지에 관한 새로운 물질 연구를 7, 8년 했는데요. 과학과 정치 수업을 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이 생긴 영향이 컸어요. 그런 문제의식으로 친환경 에너지원 연구를 하니 신이 더 나더군요.” 그는 과학 전공자이지만 영화도 많이 보고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제자들에게 늘 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단다. “인문학이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특히 물리가 그런 것 같아요. 어려운 물리 현상에 대해 답하려면 직관이나 상상력이 중요해요. 상상력을 키우는 데는 문학이 특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올해는 천안함 사건 16년이다. 지금도 알고 싶은 이 사건의 과학적 진실이 있다면? “천안함 정부 보고서를 보면 당시 죽은 장병들 가운데 한 명도 고막이 터지지 않았어요. 주검 형태도 살아 있을 때 그대로였습니다. 다 익사였죠. 도로에서 자동차가 폭발해도 주검이 엉망이잖아요. 배를 침몰시킬 정도의 어뢰였는데도 왜 그랬을까? 그게 좀 밝혀졌으면 해요.”최근 광화문 광장에서 트럼펫 연주를 하고 있는 이승헌 교수. 한도윤 작가 제공 그는 천안함 사건 이후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만난 한 석학 이야기를 들려줬다. “테오 테오파누스 교수인데요. 그는 1990년대에 미국에서 알루미늄이 폭발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논쟁할 때 직접 참여하기도 했어요. 그가 그러더군요. 어뢰 폭발이라면 데이터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요. 너무나 명백하니까요.” 그는 인터뷰 끝에 천안함으로 제2의 인생을 맞았다면 요가가 자신에게 제3의 인생을 열어주었다면서 요가 예찬론을 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직접 요가 자세로 사진도 찍었다. 지난 7년 매일 오전 6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대학의 아쉬탕가 요가실에서 요가 수행을 해온 그는 이렇게 요가를 홍보했다. “요가 선생님 가르침에 따라 요가를 하기 전날 오후 5시 이후엔 아무것도 안 먹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일 하루 16시간씩 간헐적 단식을 합니다. 생활이 바뀌니 몸이 가벼워지고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되더군요. 육식은 멀리 하고요. 이런 생활은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 문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결국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잖아요. 모두가 저처럼 요가 수행을 하면 좋겠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