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실 제공/로이터 연합뉴스광고서유럽의 지도자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장 친밀한 관계였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그와의 결별에 들어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서유럽 극우의 대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와의 관계가 유럽 우파 정치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반전됐기 때문이다.멜로니 총리는 최근 자신이 트럼프와 사진찍기를 간청했다고 거듭 주장하는 트럼프에게 격렬히 반발하며, 관계 정리에 들어갔다.트럼프는 19일 이탈리아 기자에게 “멜로니가 최근 주요 7개국(G7) 프랑스 정상회의에서 자신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애걸했다”고 말하고, 20일에도 소셜미디어에서 “나와 사진을 찍으려고 계속해서 요청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멜로니가 이란 공습을 하려는 미군에게 이탈리아 기지 사용을 불허하는 등 미국에 협력하지 않아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광고이에 멜로니는 트럼프의 주장이 “완전히 조작됐다”, “본인 지지율이나 신경 써라”며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멜로니는 “내 지지율에 대해 말하자면, 당신과 친구가 된 건 분명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지지율은 항상 그랬듯 이탈리아의 국익 수호에 달려 있다”고 직격했다. 트럼프와 관계가 더는 도움이 되지 않아 정리하겠다는 것이었다.멜로니는 트럼프의 재임 취임식에 서유럽 지도자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가장 헌신적인 유럽 동맹이었지만, 지난해 4월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여 이탈리아의 수출이 타격을 입자, 멜로니에게는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계기로 급속히 멀어졌다.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이탈리아가 경제적 고통을 겪으면서, 양자의 관계 압박이 심해진 탓이다.광고광고당시 멜로니는 트럼프의 전쟁 결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한다며 의회에서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으나, 미군이 시칠리아 공군 기지에서 급유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 미국과 거리를 뒀다.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강하게 비판해 온 레오 교황을 “끔찍하다”고 비난하자, 멜로니는 가톨릭 지도자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해, 관계에 결정적으로 금이 갔다.멜로니는 이번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불필요한 관계악화를 막으려고 외교적 침묵을 지켰지만, 트럼프가 사진을 구걸했다고 도발하자 폭발해 버린 것. 무엇보다도, 사진 문제를 놓고는 이탈리아 여야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하고 멜로니를 지지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외교장관 미국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을 시작으로, 멜로니와 격렬하게 대립하던 야당인 오성운동의 지도자 주세페 콘테 전 총리도 “이탈리아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욕당할 이유가 없다”고 나섰다. 중도 성향 야당인 아치오네의 대표인 카를로 칼렌다는 트럼프를 “연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광고내년 말에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멜로니 등 이탈리아 정치권 전체로서는 이제 트럼프가 이탈리아 국익은 물론이고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하는 악재로 변했기 때문이다. 정치 여론조사 기관 유트렌드의 설립자인 로렌초 프레글리아스코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멜로니가 현재 “대중의 여론과 인기도 면에서 크립토나이트(치명적인 약점)”가 되어버린 트럼프와 거리를 둘 기회를 기민하게 활용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멜로니와 내각은 비싼 대가가 남아있다. 멜로니는 유럽연합에서 영향력을 키우려고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외교정책을 펼쳐왔다. 멜로니는 트럼프의 보복을 피하면서 이제 유럽연합 체제 내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연합 주류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유럽 공동 전선’에 동조해야 한다.이탈리아 극우 진영의 경쟁자인 로베르토 바나치 등 강경 친트럼프 세력들은 “멜로니가 서방 우파의 가치를 배신하고 유럽연합 주류에 굴복했다”고 벌써 공격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가 이탈리아산 수출품에 관세 폭탄을 매겨 경제적 타격이 현실화되면, 멜로니로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트럼프와 거리 두기에 나선 멜로니는 유럽의 다른 극우세력에게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도 이란 전쟁에 반대하며 트럼프와 선을 긋고 있지만, 그 이상의 행보를 내딛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면, 스스로 극우 포퓰리즘의 정당성을 허무는 조처이기 때문이다.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