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 1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스페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광고마흔살의 나이. 때때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고민했던 노장은 “꿈 때문에 계속 뛰었다”고 했다. 그리고, 1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평생의 꿈을 이뤘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아프리카 서쪽 인구 52만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의 베테랑 골키퍼 보지냐(본명 조시마르 디아스)는 이날 ‘무적함대’ 스페인의 27차례 슈팅 공세를 버텨냈고, 0-0 무승부의 기적을 일궈냈다. 경기 직후 그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보지냐는 “어릴 적 나를 키워준 조부모님이 몇 년 전 돌아가셔서 이 자리에 계시지 못해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보지냐’는 포르투갈어로 ‘작은 할머니'를 뜻하는 그의 애칭이다. 어릴 적 군인인 아버지와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조부모의 손에서 자란 그의 유년 시절이 투영된 이름이다.고향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도 전했다. 보지냐는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데 필요한 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어머니가 이 자리에 오지 못했다. 어머니가 계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카보베르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자 체류 기간 초과율이 높은 국가 출신 여행객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의 일환으로 미국 비자 발급을 위해 최대 1만5000달러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 50개국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카보베르데를 포함한 월드컵 본선 진출국 4개국 국민에 대한 티켓 소지자 보증금 요건을 일시적으로 해제했으나 그의 어머니가 대서양을 건너기에는 너무 늦은 조처였다. 광고 어머니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전세계 축구팬이 그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었다. 경기 전만 해도 5만명에 불과했던 그의 팔로어 수는 경기 종료 뒤 폭발적으로 증가해 하루도 채 되기 전에 750만명을 돌파했다. 카보베르데 전체 인구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신데렐라 스토리의 탄생이다. 카보베르데는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75년 7월5일 정식 독립했다. 카보베르데의 조제 마리아 네베스 대통령은 이날 소셜 미디어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독립 50년 만에 우리가 월드컵 무대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스스로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국가임을 증명해냈다. 우리는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미래를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50년 동안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현대적이고 번영하며,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광고광고 에이피(AP)는 “카보베르데는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으나 그들의 경기력은 전 세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며 “올해 월드컵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경기 흥미가 떨어져 대회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비판을 일축했다”고 평했다. 만약 본선 문턱을 넓힌 제도의 변화가 없었다면, 전 세계는 보지냐라는 노장이 흘린 기적의 눈물을,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데뷔를 영영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