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혐오와 배제의 시대, 사회관계망을 통해 번지는 오해와 소문은 누구도 그 끝을 예상할 수 없는 파문을 부른다. 오해를 불식하고 명예를 회복하려 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지치고 고립된 피해자는 결백을 입증하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한 개인을 둘러싼 오해와 억측이 어떻게 집단 폭력으로 번지고, 군중이 어떻게 개인을 배격하고 낙인찍어 파국으로 내모는지 날카롭게 그려낸 스릴러 오페라가 찾아온다.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대표작 ‘피터 그라임스’다. 국립오페라단은 1945년 초연한 작품을 다음달 18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국내 초연이다. 영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알렉산더 조엘이 지휘를 맡아 무대음악을 이끌고, 쥘리앵(줄리앙) 샤바가 연출을 맡았다. 타이틀 롤 피터 그라임스는 세계적인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와 유럽 극장에서 활동해온 테너 김재석이 맡는다. 김재석은 이 작품으로 25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영국의 작은 어촌이 배경이다. 어부 피터 그라임스는 소년 수습(견습) 어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사고로 결론나지만 그를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간다. 성공하고 인정받는 것만이 자신에 대한 편견과 의심을 극복하는 길이라 믿는 피터 그라임스는 새 수습생과 다시 삶을 꾸려간다. 하지만 적대적인 주민들 사이에 또다시 소년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는 점점 극단으로 내몰린다. 작품은 오해와 의심에서 시작된 편견이 사회적 폭력으로 번지고, 집단적 광기에 의해 사회에서 고립되어가는 주인공의 번민을 음악과 아리아, 의상, 무대장치로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연출을 맡은 쥘리앵 샤바는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작품 설명회에서 “20세기 걸작 오페라인 이 작품에는 신도 공주도 등장하지 않는다. 진짜 마을 주민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현실 사회 드라마다”라며 “관객은 온몸으로 폭풍 같은 전율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피터 그라임스는 사회적 규범에 따르지 않는 아웃사이더로 어부들과 사회 전체와 대립하고 내몰리는데, 합창단 50여명의 의상과 집단적 움직임을 통해 사회적 광기와 강렬한 자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전무대 위에 해체된 거대한 녹슨 배를 올려두고, 배의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 선술집, 바닷가, 피터의 집 등 다양한 공간으로 바꾸며 주인공의 불안정한 내면을 상징하는 핵심 장치로 활용한다. 불안정한 화성, 날카로운 관현악으로 폐쇄적인 공동체의 긴장감과 인간 내면의 균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것도 작품의 특징이다. 음악을 통해 개인을 압도하는 바다 등 자연과 현실을 직관적이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지휘자 알렉산더 조엘은 “이 작품은 간주곡 6개가 발산하는 힘이 크다. 피터 그라임스를 심문하는 첫 장면은 짧고 딱딱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새벽 마을의 분위기, 해변, 갈매기, 파도, 폭풍우까지 담은 두번째 간주곡에선 피터의 내면까지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작품의 핵심인 ‘바다 간주곡’은 관현악 명곡으로 꼽히며, 독립곡으로도 자주 연주된다.광고 80년 전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혐오와 배제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크다. 피터 그라임스 역을 맡은 김재석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바다로 버려지는 주인공을 통해 한 인간의 고통과 고뇌를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도 “과거의 영국 시골 마을 이야기지만 사회적 보편성을 지닌 작품”이라며 “자신만의 꿈을 세우고 몰입해 싸우지만, 개인의 힘으로 사회적 힘을 넘어설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극 중 피터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선장 볼스트로드 역을 맡은 양준모는 “이 오페라가 현재의 사회적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실 수 있도록 관객에게 숙제를 던져줄 것”이라고 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작품 설명회 장면. 주인공 역을 맡은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왼쪽부터), 연출가 쥘리앵 샤바, 지휘자 알렉산더 조엘,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국립오페라단 제공 광고주인공 역을 맡은 테너 김재석이 ‘피터 그라임스’ 작품 설명회에서 아리아를 시연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출연진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포스터.광고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