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국민참여성장펀드 가입 첫날인 지난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영업점에 한도소진으로 인한 판매종료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광고김대중 | 한겨레 독자 정부가 내놓은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명분을 갖고 있다. 국민의 자산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고, 모험 자본을 공급하며, 장기 투자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단기 매매와 투기적 흐름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온 국내 자본시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정부가 시장 신뢰 회복과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고민하는 것 역시 필요한 역할일 수 있다. 국민 자산이 혁신 산업과 생산적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는 방향 또한 의미가 있다.광고 그러나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법이다. 정부가 투자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하거나 사실상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순간, 시장은 더 이상 본래 원리만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바로 그 지점에서 국민성장펀드는 자본시장의 본질과 충돌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투자의 기본 원칙은 수익과 위험의 동행이다. 높은 수익 가능성이 있다면 손실 가능성 역시 함께 존재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자본시장의 질서다. 그런데 정부가 특정 투자 상품의 손실을 일부 보전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의 가치와 위험보다 정부가 어디까지 보호해 줄 것인가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 이는 투자 판단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 인식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광고광고 더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가 특정 시장을 ‘바람직한 투자’로 규정하기 시작할 때다. 정책의 역할은 시장을 지원하는 것이지, 시장의 방향 자체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정책적 인센티브와 손실 보전을 통해 특정 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면, 시장은 점차 자율적 가격 발견 기능을 잃게 된다. 자본시장은 원래 수많은 참여자의 판단과 실패, 경쟁과 검증을 통해 자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구조다. 그러나 정부가 이곳은 보호받는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스스로 판단보다 정책적 방향에 의존하게 된다. 정부는 종종 ‘생산적 투자’와 ‘투기적 자산’을 구분하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예금과 채권, 주식과 부동산, 원자재, 외환, 벤처 투자, 가상 자산, 예술품과 같은 대체 투자까지 사회에는 매우 다양한 자산이 존재하며, 각각 서로 다른 위험 구조와 경제적 기능을 가진다. 어떤 자산은 누군가에게는 투기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험 분산과 자산 보존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산의 종류가 아니라 투자자의 이해 수준과 책임 있는 판단이다.광고 정부가 진정으로 건전한 투자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손실 보전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투자자의 금융 이해력과 자산 관리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상품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이다. 수익만 보고 투자했다가 시장이 흔들리면 공포에 휩쓸려 매도하는 현상도 반복된다.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 역시 상당 부분 투자 역량의 부족과 연결돼 있다. 물론 정부의 고민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 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며, 국민 자산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게 만들고자 하는 정책적 의도는 타당하다. 그러나 시장을 성장시키는 방식이 정부의 보호 장치와 손실 보전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자본시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정부 정책의 틀 안에 종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상품의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스스로 위험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투자 교육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를 줄이며, 장기 투자에 유리한 세제 체계를 정비하고,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일을 훨씬 우선해야 한다.
자본시장 본질과 충돌하는 ‘국민성장펀드’ [왜냐면]
김대중 | 한겨레 독자 정부가 내놓은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명분을 갖고 있다. 국민의 자산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고, 모험 자본을 공급하며, 장기 투자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단기 매매와 투기적 흐름에 반복적으로 노






